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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괴담

하늘빛2 2008. 7. 31. 14:49

낯선 곳에 있는 두려움보다 더 오싹한 것은 없을 것이다.

방학을 맞은 딸이 긴 그리움을 안고 상해를 찾았다.

유류값 인상으로 가장 싼 밤비행기에 올랐다.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는데

오래 비워 둔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전원이 켜지질 않는 것이다.

깜깜한 집에서 전화도 끊어져있고

휴대폰도 로밍을 해 가지 않아서

연락할 길도 없으니

35도가 넘는 찜통 더위에

두려움을 안고 그냥엉금엉금 침대로 기어들어가 잠을 청해야했다.

퀘퀘한 냄새나는 긴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거실엔 하얀 발자욱이 나있고

침대보는 먼지로 새까맣져 있었다.

두꺼비집이 내려가있어서

어젯밤 어둠과 두려움 속에 잠들어야 했었다.

청소며 빨래를 대충하고는 이마트로 달려가

먹고 싶었던 파파야며 하미과를 사고

중국에서 즐겨 먹던것들과 전화카드를 사가지고 와서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했다.

낯선하루밤 두려움으로 보냈지만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금방 고향같이 편안했다.

사춘기 소녀시절 만났던 친구들이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해서 재잘거리며

지난날들의 추억에 젖었다.

이쁜 옷, 악세사리,할머니드릴 소화제와 파스

중국에서 사왔던 프린트기 잉크를 샀다.

10일간의 길지만 짧은 여행

낯설고 두려운 하루, 즐거운 9일이었다.

낯설고 새로 시도하는 두려움

그 뒤에는 늘더 큰 기쁨이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