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비 소식이 그치질 않는데
아들이 여행을 하겠다며 전남으로 떠났다.
대학생에게는 일주일 기차를 타고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는 이용권이 5만 8천원 이란다.
숙박도 할인 되고 가고 싶은 곳을 어디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며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방학을혼자서 여행하겠다고
카메라를 메고 새벽기차를 타고 떠났다.
취직을 앞두고 영어평가시험이며, 중국어 능력시험, 영어로된 CFA시험까지 마치고는
인턴을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며 지리산도 올라보고 싶다고 했다.
어릴 적 한국을 떠나 해외생활 10여년이라서
봉숭아와 채송화도 구별 못하고 동요도 부를줄 모르는 것이 마음 아팠었다.
해외에서 토요일이면 아이들을 모아놓고 지리며 역사도 가르쳤건만
머리로 아는 것과 삶에서 가까이 느껴지는 것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주가 전라도에 있는 것이냐며 묻는 아이에게
예전에 네가 갔었던 곳인데도 그렇게 모르느냐고한심스런 얼굴로 바라보았었다.
어제 광주에 도착하여비를 흠뻑 맞으며 5.18묘역도 가보고
그 땅을 밟으며 자연스럽게 우리의 아픈 역사들을 몸에 새기고
오늘은 목포의 안개 낀 유달산에 올라 아무 것도 보이진 않았지만 가슴으로 무언가 품고 내려왔을 게다.
담양에서 맛있는 대나무 정식을 먹었고
저녁엔 해남 땅끝마을에서 민박을 하고 내일은 여수, 순천을 돌아본다고 연락이 왔다.
만약 비피해로 지리산에 오를 수 없다면 거제도에 가보라고 했다.
혼자라서 외로울 뿐이지 넘 즐거운 여행이라고 하는 아들 말소리를 들으며
나도 어디든떠나고 싶다.
아!
사무실 창가에 앉아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