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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하늘빛2 2005. 10. 31. 00:59

어둠을 채 벗기도 전

기차는 우리를 바닷가에 내려놓고떠났다.

찰싹거리는 파도소리 따라 눈을 돌리니

검은 바다가 하얀 물보라를 토해 놓는다.

해변가 소나무 위에선 애기 눈썹 같은 그믐달이

맑은 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찬 바닷바람에 옷깃 여미며 바닷가를 거니는데

6시 이후에나 바닷가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방송을 한다.

5시 이른 새벽에 맛없는 순두부를 먹고

식당 아줌마 눈치보며

혼자 멀쯤하게 앉아 추위를 피하는 어색함을 감추려고

일출을 기다리는 동안 "좋은 생각"을 읽었다.

하늘이 어둠을 벗기 시작하자

울긋불긋 고운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구름 속에서 살짝 고개 내미는 태양은

바다를 발갛게 물들였다.

어둠을 건너와 온 세상에 색을 입히는 태양은

파도의 하얀 자락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내 마음도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