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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하늘빛2 2004. 6. 25. 18:40

전철을 탔다
"아저씨 거기가 열렸어요"
누군가 낙서한 줄 알았다
다른 전철을 탔는데 그 곳에도 같은 글이 있다
대체 이건 무슨 광고일까...

앞에 할머니 두 분이 앉아 계신다
진주 목거리에 화장을 곱게 하고
하얀 바지에 꽃무늬 브라우스를 입으시고
발톱까지 메니큐를 칠하셨다

그 옆 할아버지도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으시고
핸드폰을 꼭쥐고
곱게 빚은 머리엔 왁스까지 바르셨다

주름 투성이 햇빛 그을린 검은 얼굴에
쪽진 우리 엄마와는 너무 다른 모습

전철 속에서도 어디에서 내릴지
두려움 속에 자꾸 노선표를 보는 내 모습이
여기서도 나는 이방인이다

반가움으로 산천이 맞아주지만
이제는 낯설은 이방인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