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 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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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자이꼬에서 만난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고목)
결혼 기념일
시간이 참 빨리도 흘렀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21년이란 시간을 나도 믿을 수 없었을게다.
한국에서 10년, 해외에서 10년
그리고 돌아와서 1년
다시 떠나는 시간은 얼마동안일까
그 시간도 뒤돌아보면 순식간에 흘러갔겠지
주름진 얼굴과 변해가는 내 가족들 모습 속에서만
흘러간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리라.
그 때는 내 곁에계시지 않을 부모님
살아계신 동안에 목소리라도 한 번 더 들어야지...
떠나가기 전에.
****
결혼 기념일이지만
편찮으신 부모님 곁에서외출도 힘든데
선배가 떠나기전 저녁이나 먹자고
생각하지도 않은 전화가 왔다.
싱싱한 회를 맘껏 먹고
추억에 젖은 얘기들 나누다가
손에 쥐어준 적지않은 봉투
돌아오는 길
딸과 동생을 불러 영화관으로 갔다.
아들은 이 시간에 왠 영화냐며 거절하고
매진이라서 맨 앞 좌석에 앉아
새벽 2시까지 '왕의 남자'를 보았다.(난 졸았다)
장미꽃 21송이
향기 짙은 커피향 맡으며
편안한 호텔에서 창밖으로
하얀 눈 쌓인 산을 보고 싶었는데...
축하 카드 한 장 메일로 보내고
21년의 마지막 날을
계획하지도 않은 축하를 받으며
사랑하는가족과 함께보냈다.